영화를 보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잔잔한 영화였고 잘 알고 있던 영화였다. 방구석 1열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소개한 적 있고 종종 티브이에서 방영되는 장면을 오가며 본 적 있어서 익숙했다. OST는 더 익숙한지라 큰 부담도 기대감도 역시 없는 채로 봤다. 음악을 하는 뉴요커들, 진정성과 상업성 그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영화를 내내 이끌어간다. 바닥을 찍으면 위로 올라오는 길이 있다는 희망을 덧대면서 영화는 그레타 밴드에게 인기를 안겨준다. 물론 그레타를 비롯해 댄과 사람들은 수익성을 목표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음악이 좋아서 그들만의 음악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레타의 전 연인 데이브와는 다르게 그레타는 꾸준히 진정성을 추구한다. 자신의 음악에 대한 애정을 끊임없이 놓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데이브를 비난할 수 있을까? 그를 사랑하던 연인 그레타에게 그의 모습이 어떻게 비추어졌는지 나는 사실 잘 모르겠다. 그가 진정 원하던 음악을 버리고 수익을 쫓아 삶을 굴려가는 그가 한심해 보였으려나? 그침나 결국 수익을 쫓는 것도 데이브의 선택이니 존중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세상에 사람들은 많고 그들의 수가 많은 만큼 그들이 추구하는 대상의 종류도 다양하다. 개중에는 돈도 있을 것이고 그레타처럼 진정성도 있을 것이다. 결국 끝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니 모두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나는 데이브를 쉽게 비난할 수 없다. 물론 그가 그레타의 연인으로써 한 행동을 용서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단지 음악의 면에서만. 그가 추구하는 것이 돈이라는 이유만으론 그를 비난할 수 없다고.
함께 본 동생은 댄과 그레타가 사랑에 빠진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무엇보다 그레타가 댄을 바라보는 눈은 그저 친구를 바라보는 눈이었고 댄이 그레타를 바라보는 눈 (사실 결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그 무언가. 다시 그 열정 끓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 그런 것이 아닐까? 사랑. 사랑을 해본 적 없어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 시선에서는 댄이 그레타를 바라보고, 그레타가 댄을 바라보는 그 모든 것에 연인과 함께하는 사랑이 섞인 것 같지 않다.
마지막으로... 가장 좋았던 장면. 그리고 부러웠던 장면. 뉴욕 한복판에서 이어폰 Y잭을 끼우고 함께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는 장면이다. 각자의 플레이리스트에서 길티 플레져를 공유한다는 게, 부러웠다. 마음 맞는 사람과 음악을 들으며 거리를 활개치고 춤을 함께 추고 계단에 앉아 풍경을 보는 건 어떤 기분일까? 내내 부러웠다. 언젠가 마음 맞는 사람이 생기면, 밤거리를 활보하며 이어폰을 나누어 낀 상태로 나와 춤을 추는 걸 부끄럽게 여기지 않을 만큼 낯짝이 두꺼운 사람이 생기며는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일. 꼭 그게 연인이 아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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