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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SE7EN, 1995 (1)

by 표훈 2020. 11. 6.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영화 <세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된 문서입니다.

*이 글에 적시된 것들은 모두 주관적인 견해임을 명심해 주세요.

*필자는 여성임을 밝히며 여성 혐오를 포함하여 각종 소수 집단에 대한 혐오를 지양합니다.

*퇴고를 거치지 않아 문장이 매끄럽지 않습니다. 이는 자판을 잡을 때마다 수정 해갈 예정입니다.

 

 

 

<파이트 클럽>, <소셜 네트워크>로 유명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세븐>은 범법자들이 들끓던 뉴욕 시의 무관심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핀처 감독은 모건 프리먼이 연기한 캐릭터 윌리엄 서머셋을 이용하여 관객들이 이 '무관심'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도록 만들었지만, 이 장치는 우리의 무의식 속에서 작용하기 때문에 관객은 영화의 주제에 대해 쉽사리 간파해내지 못한다. 주관적인 해석은 영화의 타임라인 대로 세밀히 휘갈길 예정이다.

 

 

ⓐ 세팅 setting (00:00:00-00:08:30): 10분 안팎으로 영화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 세팅한다

 

<세븐>은 서머셋이 출근을 준비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서머셋은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매고, 탁자 위에 일렬로 놓인 소품을 자신만의 순서(뱃지, 칼, 볼펜 순)를 따라 정비한다. 이 장면에서 우리는 서머셋이라는 인물이 깔끔한 성격의 형사라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서머셋은 곧 사건 현장으로 향하고, 거기서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데이비드 밀스와 만나게 된다. 둘의 대화 장면을 통해 우리는 약 3가지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

 

 

1. "왜 이곳으로 왔는가? Why here?"라는 서머셋의 물음에 밀스는 "당신과 같은 이유겠죠! I guess for the same reasons as you!"라고 대답한다.

-해당 영화를 한 번 본 사람이라면 이 대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이후 여러 차례 나올 서머셋과 밀스의 관계에서 설명하겠다.

 

2. 밀스는 뉴욕 지부에 오기 위해 애를 썼다.

-이 정보는 서머셋의 대사가 다시 한 번 쐐기를 박으며 마무리된다. "이제껏 자네 같은 사람은 없었네." 당시 뉴욕은 범법자들이 들끓었으며 사람들의 무관심함이 극에 치닫았을 시절이었다. 치안이 좋지 않아 범죄가 만연한 시기에 고역이 따르는 업무를 자처하는 밀스의 행동은 드문 일이었다. 서머셋의 대사로 밀스가 정의를 추구하는 형사라는 사실이 정리된다.

 

3. 첨부된 숏shot을 참고하여 보면, 서머셋과 밀스는 서로를 경계하고 있다. 또 대립 구도를 묘사하여 둘의 가치관이 같지 않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영화를 봤다면 알 수 있듯이, 서머셋과 밀스가 초장부터 좋은 파트너십을 가졌다고 할 수는 없다. 이러한 대립 구도는 사건이 진행될수록 완화되어 이후에는 완전히 사라진다.

 

배경은 다시 서머셋 형사의 집으로 돌아간다.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는 서머셋은 거리에서 들려오는 언쟁 소리를 듣다가 메트로놈을 작동시킨다. 언쟁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영화는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으로 들어간다. 오프닝 시퀀스는 영화의 궁극적인 범인 존 도의 범행 준비 과정을 그리고 있다.

 

https://youtu.be/OEq-4 fua3 lM

 

곧바로 이어지는 밀스의 출근 준비 장면은 월요일임을 상기시키는 문구와 함께 시작된다. 서머셋과는 다르게 침대에서 일어나 눈곱만 대충 떼고 구겨진 와이셔츠를 꿰어 입고 부스스한 머리를 빗지도 않은 채 출근한다. 아침은 커피 한 잔이 전부다. 전화기 옆엔 필기할 종이 한 장이 없어 손바닥에 적어 내린다. 서머셋의 출근 장면과 명확히 대조되고 있으며 감독은 계속해서 두 캐릭터의 특성 차이를 강조하고 있다. 이후 사건 현장을 둘러보고 스파게티 소스에 범벅이 된 시체 한 구를 발견하며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를 세팅한다.

 

7대 죄악 중 식욕Gluttony을 수사하는 장면 곳곳에서 우리는 밀스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나간다. 이웃과의 인터뷰(면담)를 부탁하는 서머셋에게 자신도 형사라며 형사다운 일을 요구하는가 하면 시체 안치실에서 시체를 보고 "Ladies and Gentlemen, We have a ourselves a homocide.", 현장과 어울리지 않는 농담을 던진다(물론 진지한 표정으로 임하고 있으나 Ladies and Gentlemen이라는 단어로 사건을 가볍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머셋이 서장에게 사건을 보고하는 씬scene에서 우리는 그를 철부지 내지 양아치로 인식하게 된다.

 

 

결국 밀스는 사건을 맡지 않겠다는 서머셋에게 "This is my first assignment, you dick!"이라고 외치고 종국엔 서장에 의해 사무실에서 쫓겨나게 된다.

 

 

 

ⓑ 구성점 1 plot poing-1 (00:23:00-00:24:00): 행동을 낚아채 다른 방향/발전 과전으로 전환한다 (사건 및 에피소드)

 

화요일로 넘어가며 영화는 두 번째 사건을 다룬다. 신문에는 변호사가 살인되었다는 기사가 대문짝만 하게 실렸으며 경찰서는 기자들로 분주하다. 밀스는 뒷문으로 빠져나가 변호사 사무실로 들어간다.

 

 

해당 사건의 뉴스가 사건 현장에서 들리는데 밀스는 태연하게 피해자의 의자에 앉아 커피를 권한다. 이 사건은 탐욕Greed을 그리고 있다. 피해자 아내의 사진 양 눈에 피로 추정되는 액체로 동그라미 두 개를 그려놓았다. 피해자의 아내만이 범행 현장에서 수상한 점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현장에 있어야 할 또 다른 사람이 없었다.'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연쇄살인범은 현장에 항상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잡히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과시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만큼의 힌트를 주었는데도 경찰들은 날 잡지 못한다'

 

한편 서머셋은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그의 사무실에 붙은 명패를 긁어내는 청소부가 화면에 잡히며 우리는 그의 은퇴를 확정 짓는다. 서장은 밀스가 맡은 변호사 살인 사건을 서머셋에게 부탁하지만 그는 거절하고 첫 번째 사건, 식욕Gluttony 현장으로 돌아간다. 이때 서머셋이 냉장고 뒤편에서 발견한 쪽지로 영화에서 사건이 7대 죄악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드러난다.

 

 

서머셋은 밀스에게 맡기라는 이야기를 하고, 밀스는 자신에게 사건을 맡겨달라고 한다. 표정은 태연한 척하고 있으나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한다. 여유를 부리는 것 같기도, 초조한 것 같기도 한 모습이다. 극도로 긴장하거나 흥분한 기색을 표정에서 드러내고 있지 않지만 손을 꼼지락거리는 행위로 드러내고 있다.

 

퇴근한 후 서머셋의 집에선 여전히 언쟁의 소리가 들린다. 서머셋은 집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멀리 갑시다."라는 주문을 기사에게 전달한다. 택시에 타고 나서도 언쟁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사람들 틈으로 맞아 죽은 시체가 보인다. 서머셋이 향한 곳은 도서관이고 도박 중인 경비원들은 서머셋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서머셋: 책이 이렇게 많은데 도박을 하십니까?
경비원 1: 이게 우리 삶이고 생활이에요.
다른 경비가 오디오로 클래식을 틀고 음악이 건물 전체에 울린다.

 

이 장면을 통해 핀처 감독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해석할 수는 없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지만 비교적 접근성이 쉽고 급여가 많지 않은 경비라는 직업을 하며 도서관에 머무를 수 있는 사람들은 뉴욕 시의 평범한 시민이다. 사방이 책이지만 포커 게임이나 치고 클래식을 들으며 시답잖은 농담을 위안으로 삼는다. 이 장면으로 어떠한 상황을 연출하고 싶었던 것일까?

 

밀스는 나름의 수사를 계속한다. 서머셋은 도서관에서 찾은 신곡과 초서를 바탕으로 조사하며 이 두 인물 각각의 장면을 교차하여 보여주고 있다. 밀스는 사진을 바라보는 반면 서머셋은 책을 읽고 있다. 서머셋은 자신의 조사를 바탕으로 7대 죄악을 참고하라는 편지를 적어나간다. 그리고 휴식을 취하는 밀스의 뒤에서 남편을 지켜보는 극 중 트레이시 역을 맡은 기네스 펠트로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밀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트레이시는 어딘가 쓸쓸해 보인다. 영화의 중반부를 달릴 때쯤에 트레이시는 조언을 구하기 서머셋에게 자신의 임신 소식을 알린다. 트레이시는 일에 열중한 남편에게 임신 소식을 알릴 시기를 가늠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도서관에서 찾은 자료를 손수 복사한 서머셋은 밀스의 책상에 직접 동봉한 자료를 두고 간다. 밀스는 수요일에 "망할 단테! Fucking Dante!"라는 대사를 던지지만 비 오는 날 차 문을 두드리며 소포를 전해준 경관에게 감사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사람이다(극 중 "Good Work, Officer."라는 대사로 드러난다). 따라오는 장면은 밀스가 서머셋의 사무실로 들어가는 장면이다. ⓐ 세팅에서 간파한 1번 항목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을 할 수 있다.

 

당신과 같은 이유로 이 곳에 왔다는 밀스의 대사는 관객으로 하여금 과거 서머셋이 밀스 같은 형사였다는 것을 유추하게 한다. 젊은 시절 패기를 가지고 뉴욕 시에 와 악당을 처치하는 열정. 늙은 형사가 은퇴하고 젊은 형사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밀스의 패기 로운 모습이 서머셋의 부임 초기 모습은 아닐까 추정할 수 있다. 이 둘의 관계는 영화 내내 반복되고 있다.

 

업무를 보는 중 트레이시에게 전화가 오고 서머셋은 밀스와 트레이시의 저녁 식사에 초대받는다. 밀스는 집에서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랑스러운 아내와 개들, 안락한 공간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평화로운 식사를 하는데 도중에 전철 때문에 지진이 난 것처럼 온 집이 흔들리는 것만 빼면. 하지만 이 장면으로 셋의 관계는 편안해진 듯 보인다. 얼굴이 일그러질 정도로 함께 웃음으로서 트레이시와 서머셋의 관계는 안정적으로 변한다. 이후 임신 여부를 알리는 상대를 굳이 서머셋으로 정한 데도 이 저녁 식사의 전철 사건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식사를 마치고도 두 형사는 일에 몰두한다. 변호사 사건에 대한 토론은 멈추지 않는다. '베니스의 상인'에서 언급되는 1파운드의 살덩이에 대해 토론하며 서머셋은 밀스에게 충고한다. "첫인상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며, 한 가지 요소를 보면서 세부적인 것에 집중하는 것이 내 요령이다. 더 이상 나올 게 없을 때까지."

 

밀스와 단테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서머셋은 한탄 하 듯이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도와달라고 소리칠 땐 아무도 창 밖을 보지 않지만, 불이 났다는 소리엔 창을 내다본다." 감독이 강조하고 있는 사람들의 무관심이다. 뉴욕 시는 무관심으로 가득 찬 도시로 표현되고 있다.

 

 

 

 

잠에서 깨어난 트레이시는 밀스와 서머셋이 없는 집을 돌아본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곁에는 밀스도, 서머셋도 없는 채로 혼자다. 엄밀히 말해 나의 해석에 따르면 트레이시는 이미 임신 상태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뱃속의 (배아 상태의) 아이와 함께하고 있지만, 이후 트레이시와 뱃속의 아이는 죽는다. 밀스는 일로 바빠 집에 머무르지 않았던 그 시간에, 트레이시는 죽는다. 관객은 트레이시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걸 직감한다. 혹은 트레이시가 연쇄 살인의 범인이라 추정할 수도 있겠다. 어떤 의도로든 감독은 계속해서 트레이시의 존재를 관객에게 부각하고 있다.

 

그 시각 밀스와 서머셋은 비가 내리는 와중에 변호사의 아내를 만나러 간다. 둘은 친절히도 범행 현장을 포스트잇으로 가려 사진 속 사무실을 확인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림이 거꾸로 걸려있다는 진술에 확인하기 위해 사무실에 방문하고 그림을 찢어 확인한다.

 

 

 

ⓒ 밀착점 1 (00:24:00-00:45:00): 45분과 75분 사이의 씬, 시퀀스

 

그림에 묻은 지문은 HELP ME라는 문구를 전달한다. 감식반이 확인하였으나 지문의 주인이 나타나는 데는 사흘이라는 시간이 소비된다. 둘은 소파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감식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다.

 

 

 

 

널찍이 떨어져 자려고 노력하다가 아예 서머셋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자는 밀스는 서장의 호통에 정신을 차린다. 배우 브래드 피트의 인터뷰에 따르면 데이비드 밀스는 호모포비아 성향을 가지고 있는 헤테로 남성이고 보수적인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다. 서머셋에게서 떨어지는 표정이 썩 쾌활해 보이지 않는 것은 이러한 호모포비아 성향을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

 

지문 감식 결과는 정신병을 앓고 있으며 마약을 복용하고 강간 미수와 강도 전과가 있는 빅터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서머셋은 홀로 수사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만, 특수기동대는 즉시 출동한다. 뉴욕 시를 빗물이 뒤덮는다.

 

 

 

 

밀스와 서머셋은 출동하는 차량에서 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때는 이 장면을 그냥 지나쳤다. 형사가 과거의 총기 사용 경험에 대해 떠드는 것은 영화에 하등 도움될 것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장면은 복선으로서의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다. 총기 사용 경험이 있냐는 밀스의 물음에 서머셋은 "기회는 있었지만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는 말로 일단락 짓는다. 밀스는 총에 맞은 적은 없지만 1번 쏴 본 적이 있다고 서술한다. 총을 사용했던 현장은 밀스의 첫 사건이다. 마약상이 총을 쏴대던 상황에서 경찰 하나가 팔에 총을 맞아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다는 경찰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한 채로 밀스는 빅터의 집에 도착한다.

 

우리는 이 장면에서 어떤 복선을 찾을 수 있을까? 첫 번째, 밀스는 총기 사용 경험이 있지만 서머셋은 없다. 기회는 있었지만 스스로 놓쳐버린 것이다. 두 번째, 밀스는 첫 사건에서 총을 쐈다. 마지막으로 총에 맞은 경찰관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결말을 살펴보자. 이 이야기는 밀스에게도 해당된다.

 

트레이시의 머리통이 든 택배를 받아 든 것은 서머셋이다. 서머셋에게도 총을 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원래의 결말은 서머셋이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라고 한다), 총을 쏜 것은 밀스였다. 경찰관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밀스는 뉴욕 시민의 모습과 닮아있다. 무관심과는 조금 다른 종류이지만, 시간이 지나 밀스가 죽은 경찰의 이름을 기억해내지 못했 듯이 그 대단한 연쇄살인사건의 피해자 트레이시의 이름은 뉴욕 시민들에게 잊힐 것이다.

 

다시 영화의 장면으로 넘어가도록 하자. 특수기동대가 진입하지만 발견한 것은 나태Sloth라는 죄악이다. 아사 과정을 찍은 사진과 샘플을 채취한 흔적으로 서머셋은 이 사건을 계획한 데만 1년 이상이 걸렸을 거라 추정한다. 범인은 게임 중이라는 것과 감정을 컨트롤하는 것을 명심하라고 요구하는 서머셋과 자신은 감정을 쏟아내야 한다는 밀스의 모습은 계속해서 대조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차분함을 보여주는 서머셋의 모습은 흡사 절대자(=신)와 같다.*

 

이어지는 장면 간략한 정리: 밀스와 서머셋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버리는 기자(존 도), 빅터에 대한 의사의 소견, 서머셋에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는 트레이시.

 

 

 

ⓓ 중간점 mid point (00:57:30-01:08:06): 2막 전반과 후반을 잇는 극적 행동의 연결 고리

 

서머셋은 트레이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식당에 간다. 트레이시는 자신의 직업(교사)을 소개하고 이곳의 낙후된 학교 체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얘기는 임신했다는 사실로 이어진다. 교육 체계에 대한 이야기는 교사로서의 사명감보다 뱃속의 아이의 미래에 치중해 꺼낸 이야기로 추정된다. 자신의 아이가 낙후된 교육 환경에서 자라게 할 순 없다, 이 동네가 싫다.

 

밀스가 아닌 서머셋에게 털어놓는 이유는 *표시와 위에서 설명한 여러 장면을 근거로 설명하고 싶다. 서머셋은 여러모로 밀스와 대조적인 인물이다. 유색인종과 백인, 은퇴를 앞둔 형사와 이제 갓 부임한 형사, 차분한 성격과 다혈질 기질이 있는 성격. 공통분모라곤 형사라는 직업뿐인데 그마저도 조만간 사라지게 생겼다. 트레이시는 서머셋으로부터 안정감을 얻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사건은 계속해서 진행되고 아래 대화를 통해서도 역시 밀스와 서머셋의 대조되는 성격이 강조된다.

 

 

밀스: 범인은 온몸에 땅콩버터를 바른 채로 여자 팬티를 뒤집어쓴 채 춤을 추는 미친놈일 거예요.
서머셋: 범인은 미친놈이 아니란 걸 명심해야 해.

 

 

 

 

경찰서를 박차고 나간 밀스와 서머셋은 이전보다 조금 친밀해진 태를 보인다. 도서관에 가 자료를 복사하는 서머셋과 여전히 껄렁한 자세를 고치지 않은 채로 감자칩을 먹으며 노닥거리는 밀스는 흡사 교사와 착하지만 양아치 짓을 일삼는 철부지 학생을 떠오르게 한다. 밀스의 철없는 성격이 서머셋의 절대자적 면모를 돋보이게 한다.

 

 

 

 

중간점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요소는 등장인물 간의 관계다. ⓐ 세팅의 3번 항목에서 언급했듯이 밀스와 서머스는 대립 구도를 (화면 구성에서) 이루었다. 마주 보고 하지만 위의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같은 방향을 바라 보고 있다. 비록 밀스가 "앞에 앉으세요. 누가 보면 사귀는 줄 알겠어요."라는 불만 섞인 이야기를 꺼내지만 FBI에게 건넬 돈을 요구하는 서머셋에게 순순히 (약간의 툴툴거림은 있다) 돈을 내주는 모습은 관계의 진전의 지표다. "누가 보면 사귀는 줄 알겠어요."는 위에서 언급했 듯이 밀스의 호모포비아 면모를 보여준다.

 

FBI에게 돈을 주고 얻어낸 것은 도서관 대출 이용 기록이다. 미용실에서 건네받은 대출 기록을 보고 서머셋과 밀스는 '존 도'라는 인물을 수상하게 여긴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John Doe는 평범한 이름이다. 존이라는 이름은 피터, 케빈, 데이비드처럼 흔한 축에 속한다. Doe라는 성씨에 대해서는 아무 감상도 없을 것이다. Summers라든지, Green이라는 성씨도 있는 판국에 Doe는 그닥 특이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존 도는 한국 책자에서 남성 대명사로 사용되는 홍길동과 유사하다. 밀스의 반응은 이러한 문화적 배경이 있어야 이해할 수 있으니 해당 문화권에 거주하지 않는 관객에겐 불친절한 지표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영화의 중간지점에 다다랐다.

 

*지극히 사적인 해석은 이후 파트 2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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