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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TENET

by 표훈 2021. 1. 1.

 

*스포일러 포함되었을 수도 있음.

 

1월 1일의 영화엔 내가 장장 1년을 넘게 (정확한 기간은 기억 나지 않는다.) 기다린 <테넷>이 적격이라고 생각해 보게 됐다. 사실 가족 일정 때문에 볼 수 있을지 없을지 아슬아슬했지만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외출하지 않고 집 안에만 있었습니다.

 

나는 본래 영화에 큰 관심이 있던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를 처음 본 건 <인터스텔라>였고, 별 생각 없었다. 2018년 이후로 영화에 관심을 가졌고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영화를 사재기 시작했다. 어쨌든, 벼르고 벼르던 <인셉션> 본 이후론 완전히 반해버려서 <메멘토>고 <덩케르크>고 다 봐댔다. 그러니까 촬영 소식 뜬 2019년의 여름이던가, 그때부터 내내 개봉만 기다렸다. 그런데 팬데믹 때문에 극장 근처는 발을 디디지도 못했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시간선을 잘 비트는 걸로 원래 유명했다. 앞에 이름 댄 영화들만 봐도 줄줄이 복잡하다는 평이 많기도 하고. 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 봤을 때 이해할 수준은 됐다. 이번 영화도 아무 생각 없이 보니까 대강 흐름은 따라잡겠더라. 두 번, 세 번 봤을 때 디테일을 쫓으면 재미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테넷>은 데칼코마니를 연상시키는 시간선 때문에 중반을 넘어서 과거의 자신과 대적했던 게 현재(과거 기준 미래)의 자신이라는 걸 서서히 알려줄 때 복잡하다고 느꼈다. 그래도 영화 끝에는 전반적인 스토리가 이해가 가서 큰 무리 없이 봤다. 영화 후반부로 달려갈수록 전반부에 나왔던 복선들이 눈에 더 잘 들어왔다. '아, 이 장면에 뜬금없이 화면에 들어오던 이 여자가 그 여자였구나.' 생각하게 하다가 곱씹을수록 감탄하게 된다고 해야 하나.

 

(물론 데칼코마니라는 해석은 저의 주관적인 견해이기 때문에 옳을 거란 생각은 안 하지만요...) 근데 1년을 넘게 기다린 것치고는 생각보다 내 취향이 아니었다. <인셉션>, <덩케르크> 같은 감동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영화의 반을 감독이 엄청나게 불친절하다는 생각으로 채웠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본인만 아는 이야기를 주구장창 푸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쨌든 나중에 회수하긴 했지만 초장의 감상은 지울 수가 없으니까. 근데 또 엄청나게 잘 만들어서 사람 멕인다니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눈에 띄게 애정이 간다고 느꼈던 캐릭터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베인 뿐인데 항상 캐릭터 설정이 나와 맞지 않는 건지... 이번 영화도 엘리자베스 데비키의 캣에 눈이 갈 뿐 꽂히는 캐릭터가 없어서 아쉬웠다. 물론 지인들이 내가 좋아할 것 같다던 닐... 정의로운 사람이라는 게 참 좋았지만 (죽음을 알고도 뛰어들었으니 주인공을 살렸겠지.) 그 정의로움이 마지막 씬에서만 부각 돼서 아쉬웠다. 내가 캐릭터의 입체성을 논할 수 있을 정도로 전문가도 아닌 일개 시민이지만 개인적인 견해다. 닐이나 주도자나 입체적인 캐릭터라고는 느끼지 못했다. 캣까지도. 감독의 스토리를 끌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느껴졌다. 예를 들자면 체스나 장기 말.

 

기대엔 미치지 못했지만 그래도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감독님은 나중에 캣이랑 닐 브이로그 따로 내주세요. 같이 본 가족 중 한 명은 <터미네이터>를 언급하며 사실 닐이 미래에서 온 캣의 아들이라는 주장도 했다. 흥미롭긴 하지만... 내 견해와는 조금 다른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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