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디렉션의 해리 스타일스를 좋아해서 보려 마음 먹은 영화였는데 본의 아니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좋아하게 돼서 본 영화. 첫 장면부터 디렉터랑 스탭들이 천재라는 생각만 들었다. 영화 제작 당시 의상 담당자에게는 군복 500벌을 살 예산밖에 없었는데 최대한 많은 군복을 뽑아내기 위해서 값싼 천으로 군복을 만든 뒤에 원래 군복 텍스처를 스캔해 프린팅하는 방식은... 정말 연구를 많이 하지 않으면 상상해낼 수 없는 방식이다. 의상 담당자가 스탭의 촬영동선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스탭한테도 실제 의상을 입혔다고 하니까. 찍을 때도 조금 더 편하게 찍었을 거라 생각하니까. 음악 감독도 셰퍼드 음을 여기에 사용할 줄은 몰랐다. 총격 소리에 맞춰서 배경음악 깐 거 정말 천재짓이라고 생각했는데 셰퍼드 음 사용이라니. 어이없고 대단해서 웃음밖에 안 나온다. 실제로는 한 가지 음인데 착청현상 때문에 끝없이 올라가거나 내려간다고 생각해서 몰입을 돕는다니. 천재들끼리 천재짓 했구나.
현재, 과거 시점을 적당히 섞어가면서 또 그 부분을 하늘, 땅, 군사들 시점으로 나눈다. 시간 흐름이 꽤나 복잡한데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아, 이게 이 장면이었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영화 내내 적군과 아군의 전투기가 바다 위를 떠다닌다. 나는 그게 당연히 CG겠거니 했다. 적어도 배우들이 갑판 위에서 하는 촬영을 모두 마친 후 합성을 해 장면을 편집한 줄 알았다. 그런데 CG가 아니었다니. 적군과 아군의 전투기가 바다 위에서 전투하는 장면을 직접 보고 연기한 셈이다. 그러니까 배우들의 연기가 안 좋을 수가 없지. 사실 CG를 고집스럽게 사용하지 않는 행동을 좋게 보지는 않았다. 위험이 따르고 일단 투자금이 많이 드니까 굳이 NO CG 기술을 고집해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배우들의 연기를 돕기 위해서는 맞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전문가들 말로는 CG와 실제 촬영을 관객들은 분명하게 구분해낸다고 하니까 어찌 보면 여러모로 대단한 감독이다.
추가적으로... 작 중에 도슨(민간 요트로 군사를 구출함) 선장을 존경하게 되었다. 그런데 실존 인물이라니. 실존 인물인데 타이타닉에서 마지막까지 보트에서 민간인을 구조해냈다고 한다. 그리고 세계 제1 차 대전에도 참전하셨고 제2 차 대전에서는 구태 갈 필요 없는 전쟁터에 나가 군인들을 구출해냈다니. 여러모로 용기가 대단하다.
정말... 내가 제일 좋아하게 된 캐릭터가 죽다니... 깁슨은 그 누구보다도 용감했다. 죽은 동료 병사를 묻어주고 프랑스인임을 숨기기 위해서 동료 병사의 이름표를 대신 걸고, 토미를 계속 돕고. 자신 혼자 살아남았더라면 덜 위험했을 상황에서 익사할 뻔한 알렉스와 토미를 구했는데. 알렉스 이 나쁜 자식. 영국군과 프랑스군은 당시 연합 관계였지만 적대적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프랑스군임을 숨기기 위해 말을 하지 않은 깁슨을 독일군일 거라 내몰고 프랑스군임을 알자 마자 적대적으로 대하고. 여튼 알렉스의 해리 스타일스는 좋아하지만 깁슨에 대한 걸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져. 그치만 생존에 대한 욕구는 그 누구도 나무랄 수 없는 영역이다. 토미가 깁슨에 대해 끊임없이 변호하고, 둘은 눈빛만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unspoken understanding relationship. (놀란 감독 피셜.)
토미와 깁슨이 영화 초반 들 것에 환자를 싣고 나르는데 (환자들은 당시 덩케르크를 벗어나 집으로 돌아갈 우선권이 있었음.) 엄청난 거리를 나르는 게, 생존에 대한 간절함을 보여줬다. 들 것을 들고 조금만 걷는 것도 힘든데 뛰어서 그 먼 거리를 걷다니.
적군의 항공기가 추락하는 장면에선 자꾸만 생각하게 되었다. 과연 저들은 전쟁에 참여하고 싶었을까. 어찌되었든 실제 전쟁에서 체스 판의 말이 되는 것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다. 학생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직급은 가장 낮을 것이다. 윗 사람들의 머리 싸움에 아랫 사람들이 말려드는 게 안타깝다. 누군가에겐 가족이 있을 텐데. 하지만... 나치를 옹호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알렉스도 그렇고, 킬리언 머피의 역할도 그렇고 아마 지독한 PTSD에 시달릴 것이다. 알렉스는 기차에서 사람들의 비난이 두렵다며 눈을 감았으니까.
톰 하디가 맡은 역할인 파리어. 파리어는 묵묵히 자신의 죽음을 각오하고 적군을 끝까지 공격하고. 마지막엔 자신의 전투기가 악용되지 않도록 폭발시키고. (마지막 적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다가오는데 도망가지 않은 것은 군법에 따른 행동이라 한다. 군법 상 도망가지 않은 포로를 죽이면 범죄지만 도망가는 포로를 죽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으므로.)
여러모로.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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