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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Little Miss Sunshine

by 표훈 2020. 12. 16.

 

괴짜 가족들이 모여서 행복하게 불행한 영화. 마약하다가 요양원에서 쫓겨난 할아버지와 사랑하던 사람에게 차이고 라이벌에게 자리를 뺏긴 외삼촌, 니체 때문에 9개월 째 묵언 수행하는 오빠, 보수적인 꼰대 아빠. 엄마와 올리브 빼고는 죄다 이상한 구성의 가족이다.

 

가족들은 올리브와 함께 미스 리틀 선샤인이라는 어린이 미인(;)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고물 차를 끌고 전진한다. 여행길은 좌절의 연속이다. 겨우 도착한 미인 대회도 엉망이다. 올리브의 아빠는 올리브가 무대에 설 차례를 기다리며 아이들의 경연을 보다가 경악한다. 그의 표정과 내 표정은 똑같다...

 

 

오동통하게 배가 나온 올리브를 영화 내내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는데 미인 대회에 나온 아이들은 하나 같이 말랐다. 화장을 하고 어른을 흉내내려고 노력한다. 비단 아이들의 의도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부모의 입맛 대로 아이들이 꾸며진 결과다. 속눈썹을 붙이고 성인 여성을 흉내내려 하는 모습은 관객에게 '무언가 잘못되었다'라는 생각을 심어준다. 올리브의 오빠는 대기실로 뛰어가 "저런 것을한테 올리브가 평가 당하는 게 싫다"고 말하고 관객은 동의한다. 이건 진짜 잘못됐으니까.

 

2등이었던 올리브가 대회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1등이었던 아이가 다이어트 약을 복용한 사실이 들켰기 때문이고. 올리브는 행복하다. 그리고 우리는 행복하게 절망한다.

 

 

좋았던 점 여러 가지.

 

1. 영화 초반 식당에 가 아침 식사를 하는데 올리브가 아이스크림을 주문하자 올리브의 아빠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살이 찐다 미인들은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는다'며 약간 타박하고 올리브는 주눅든다. 어찌 저찌 가족들의 북돋움으로 올리브가 그 아이스크림을 먹긴 하지만 아이에겐 꽤 심각한 고민이었을 거다. 다른 가족(엄마, 할아버지, 오빠, 외삼촌)들이 맛있게 먹는 척하자 올리브가 한술 뜨게 되는 장면이 참 평화로웠다.

대회장에 도착해 캘리포니아주 미스 캘리포니아로 뽑힌 여성(성인)(동양인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에게 올리브가 "언니도 아이스크림을 좋아해요?"라고 물었고 그는 "내가 아이스크림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웃으면서 대답해 준다. 이후 올리브가 '전형적인 미스 리틀 선샤인 출연자'처럼 입지 않고, 무대를 하지 않아도 박수를 치며 호응하는 유일한 심사위원이 된다.

아이들은 아이로 있으면 된다.

 

2. 처음 외삼촌이 드웨인(아들) 방으로 들어갈 때 구도.

 

 

완벽한 타인이다.

 

 

감독이 의도했는진 모르겠다. 그냥 복도에 멀뚱히 서있는 외삼촌이 가족과 처음으로 대면했을 때 본인을 타인으로 여길 거라 생각했다. 유난히.

 

궁금한 것 하나! 원제는 Little Miss Sunshine인데 왜 우리는 미스 리틀 선샤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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