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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Shang-Chi and the Legend of the Ten Rings

by 표훈 2021. 9. 19.

간만에 한 영화에 온전히 집중해 쓰는 비평이 되겠지만 나는 전문가도 아닐 뿐더러 객관적이진 못하다. 읽을 사람이 많진 않겠다만 감안해 주고 읽어 주시길 바랍니다. 개인적인 견해고 사적인 감정 개입 확률은 높은 데다 딱히 좋은 이야기는 없음.

 

사실 엑스맨 시리즈는 재밌게 봤지만 어벤져스 시리즈는 빠짐없이 모조리 싹 다 재미없게 본 사람으로서 큰 기대는 없었다. 아이언맨은 지루했고 캡틴 아메리카는 미국 국뽕 맞은 정서에 공감할 수 없었으며 토르는 천둥의 신이 전기충격기에 쓰러지는 꼬라지 보고 뒷목 잡고 쓰러질 틈도 없이 조느라고 영화 반을 놓쳤다. 유일하게 정신 차리고 본 씬이 제인한테 뺨 맞는 로키가 'I like her.'이라고 말하는 장면이었으니까 말 다 했다. 그리고 뭣보다... 주연인 남캐들이 나한텐 매력 없어서 지루했다. 그나마 아이언맨은 인기 있는 이유를 입담에서 찾긴 했는데 원작이 따로 있는 캐릭터들치곤 너무 납작했다. 나는 주로 남캐들한테 눈길을 많이 주는데 어쩐지 MCU 시리즈들은 죄다 여캐한테 정 주고 마음 주다가 여캐 분량이 박살나버리는 것이다. 

 

결론: 기대 안 하고 봐서 기대 안 한 값 했다.

 

불만족스러운 점이야 MCU에 갖고 있던 불만 그대로 끌고 온 거지... 아시안 주연 히어로 영화는 거의 최초라고 해도 좋은 영화에 불호 글 올려 봐야 좋을 건 없겠지만 올린다. 좋았던 점도 있긴 있음. MCU vs DCEU로 경쟁구도가 쟁쟁했다가 지금은 DCEU의 잇따른 실패로 평판 나가리 된 모양인데 사실 나는 DC가 좀 더 낫다. 재미없는 건 똑같은 히어로 영화라도 적어도 유치하진 않음. 어벤져스 솔로무비들이든 뭐든 간에 보고 나면 한결같이 유치원생들이 좋아하겠네,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연출의 차이이든 더 판타지스러운 쪽, 혹은 판타지에 지나친 현실성을 가미했기에 발생한 불상사이든 감상은 저랬다. 엑스맨이 오히려 더 유치할 법했는데 엑스맨은 커서 봐도 재밌었던 걸 보면 그냥 MCU의 스토리 라인이 성의 없었을지도. 원더우먼도 꽤나 재밌게 봤고 아쿠아맨도 무난히 본, 뮤턴트앤프라우드를 주장하는 입장에서 내가 히어로 영화를 싫어하기 때문에 어벤져스 시리즈를 재미없게 봤느냐? 물어보면 그렇다는 즉답을 내놓을 수 없다.

 

MCU의 큰 문제점을 꼽자면 첫째 유치하다는 것, 둘째 CG 홍보에만 지나치게 열중한다는 것, 셋째 배우나 감독들 입 단속 안 한다는 것이다. 외에도 자잘하게 많긴 하다. 스포일러 건에 대해서 배우들이 나불거리는 거라든지 여성 배우들은 톱급을 고용하면서 남성 배우들은 (닥터 스트레인지나 앤트맨은 제외인 듯) 꾸준히 무명만 고집한다. 정말 한결 같이... 로다주도 몸값 키워주고, 3크리스들에 세바스찬 스탠까지. 솔직히 히어로 이미지 덧붙이기에 아이언맨에 톰 크루즈가 적격하지 않다(좀 잘 어울리는데; 바닐라 스카이만 봐도;)는 것 쯤이야 자각하고 있다지만 스칼렛 요한슨 비롯해 수많은 여배우들은 무사히 소화해내는 이미지 변신을... 왜? 그러니까 로다주나 베네딕트 컴버베치 제외하곤 필모가 발전이 없음.

 

사정이 이렇다 보니까 또 분노가 좀처럼 가라앉질 않아. 정말... 내 얼굴 사정이야 뒤로 미뤄두고 이번 샹치 캐스팅은 너무 실망스러웠음. 시무 리우의 눈물나는 캐스팅 일화들을 제쳐두고 나는 일화고 뭐고 영화만 소비하는 입장에서. 사실 마블 남배우들 미남이라는 거엔 크게 동의 안 하지만 걔들한테 잘생겼단 얘기가 수시로 나오는 마당에 샹치에 잘생긴 애 한 명 정도는 넣어도 무난했지 않나? 물론 양조위가 있긴 함. alex alndi 정도는 캐스팅할 수 있었던 거 아니냐고. 어? @mcu 듣고 있냐? 

 

그리고 부모 자식 관계에서 얼굴은 안 닮았어도 머리색, 눈색 맞추는 성의는 보이는 게 너네 영화 룰 아녔냐. 아시아인들은 웬만해선 흑발에 검은 눈인데 머리색이랑 눈색 맞출 필요가 없으면 쌍꺼풀 유무라도 얼추 비슷하게 해줄 수 있었잖아. 얘넨 그냥 생각이 없음... 헬렌 조 제외하고 아시안 남캐들 지미 우, 웡, 샹치만 봐도... 진절머리 난다. 헨리 골딩이야 나이 먹어서 그렇다 치지만 너네 나라에도 금성우 삘 나는 애들은 있을 거 아냐. (울컥...) 나한테 왜 그러냐? 이러니까 아시안 스테레오 타입 이야기가 빠질 수 없는 거임. 너네 나라 다른 프로그램엔 스티븐 연도 나오고 존 조도 나오고 해리 슘 주니어도 나오는데 마블 너넨 왜 한결 같이 캐스팅하는 거?냐?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너넨 걍 대기업 빨을 잘 받아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거라고 보는데. 코믹스 판권 사서 영화 찍어내는 거 말고 자체 스토리 선별해서 영화 만들었으면 노잼이라서 진즉 파산했을걸. 그나마 돈 처바르니까 자본 냄새 기가 막히게 맡고 사람들이 찾아오는 거야.

 

영화도 너무 산만했음. 액션 영화는 007도 있고 미임파도 있고 흘러넘치는 게 액션 영환데. 샹치가 액션 영화냐? 과연 얘가 액션 영화라고 단순히 구분 지을 수 있냐? 이 영화의 정체성은 히어로게 아까운데 자꾸 산만하게 액션 씬만 2시간 줄창 보여주니까 지루함을 견딜 수 없다. 그나마 나오는 서사 씬들도 복선 깔듯이 초반에 비춰줬다가 후반부에 해소하듯 보여주는데 이게 지루함. 왜냐? 뻔하디 뻔해서 다 예상이 간다. 우리 아빠는요... 7살에 날 원망했고 엄마를 잃고 텐 링즈를 꼈고요... 날 암살단으로 썼는데 어쩌구 저쩌구. 왜 이러냐, 얘네들? 버스 액션 씬이 명장면으로 꼽히는 이유도 이거라고 봄. 연달아 액션만 줄창 나오는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거 고르라 하면 아무래도 제일 처음 본 액션 장면만 보이겠지. 버스 씬조차 길이가 길어서 지루했음. 어차피 주인공 살아남을 거 아는데 저렇게 길어서 뭐하나, 싶을 정도로. 이 영화는 결국 히어로 영화든 액션 영화든 둘 다 내 성애 안 참. 반면 소니의 스파이더맨 시리즈,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 버스 씬 정말 극락이지... 앤드류 가필드의 <스파이더맨> 사람들 도움 받아서 뉴욕 복판에서 건물 사이 누비던 씬 정말 최고였지... 생각해 보면 샹치 말고도 모든 MCU 영화의 액션은 크게 임팩트가 없음... 감동도 없고...

 

그리고 빌어먹을 전통 사회의 모습은 왜 유색인종한테만 보여주는 거임? <블랙 팬서>도 그렇고 이번도 그렇고... 유색 인종 히어로 영화가 고작 두 개뿐인 데다 둘 다 원작은 코믹스로 따로 있으니까 본인들이 온전히 스토리를 구성한 것도 아닐 테니 태클 걸어 봤자 좋을 거 없는 건 아는데. 그래도 왜? 숨겨진 전통 마을이 있고 이런 설정 좀 진부함. 아시아인이 바라보는 아시아인의 세계도 아니고 그냥 딱 신비로운 동양/ect의 이미지를 꾸역꾸역 넣고 싶었던 건가? 싶기도 하고 이거 너무 부정적인 평가인가요. 난 사실 <닥터 스트레인지> 때부터 동양에 건너가 수련 받으려 무던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스승은 틸다 스윈튼인 전개부터 좀... 얘들은 겉으로만 pc충인 인간들이구나를 느꼈음. 닥스가 궅이 아시아의 어느 지역까지 찾아가서 수양을 받겠다는 것도 웃겼고 우두머리가 백인 여성인 것도 너무 웃겼고. 최소한 아시안 배우를 써주는 게 예의 아닌가?

 

좋았던 건 여성 캐릭터 비중 역대급으로 높았다는 점. 솔직히 양조위랑 샹치 제외하곤 남캐 비중도 없다시피 한데 여캐들은 자주 얼굴 비치고 제일 활약했다는 게 좋게 평가해줄 만했다. 얘네 눈에 99년생이 시무 리우인지 도대체가 이해가 안 가지만... 이 정도는 뭐... 

 

솔직히 감안 못 해주겠고 백인 입장에 10대 20대처럼 보인다고 해서 아시안 입장에서 누가 봐도 30대인 배우 작작 델꼬 오고 잘~ 좀 해 봐라. 

 

샤링이 샹치보다 세 보이던데 샹치 걍 텐 링즈 샤링한테 넘기는 건 ㅇㄸ?

 

코믹스 원작이 있으니까 설정엔 태클을 못 걸겠는데... 만화적 허용이라는 것도 있고 2D에서 용인되던 사소한 설정들이 유독 3D에선 역겹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으니까. 근데 니넨 좀. 적당히. 해. 영화 보는 내내 산만해져서 집중을 못 하겠더라. 아시안 스테레오타입, 오리엔탈리즘, 캐스팅, 액션에 대한 지루함 이딴 생각이 꾸준이 들어서. 암튼 2편은 좀 더 나아지길 기대... 안 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거 꾸준히 내주세요. 백인만 나오는 것도 지겹고...... 

 

i love you martin even i don't like your CINEMA mu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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