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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Q. 데이비드 핀처의 영화와 낭만주의

by 표훈 2021. 11. 20.

*퇴고, 전문적 지식 없이 씁니다. 오류 있을 수 있습니다.

 

 

 

낭만주의 자체가 이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던 시기에 대항하고자 만들어진 개념이다 보니까 미술사나 연극사에 적용하지 않고 단지 영화로 범위를 좁히더라도 인간의 감정에 중점을 두고 예술을 발달시켰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데이비드 핀처 작품들이 인간의 감정에 주목하고 그 개념 자체를 주제로 삼진 않는다고 생각해요. <파이트 클럽>, <세븐>, <조디악>, <소셜 네트워크>,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에이리언3>만 봐도 주제가 명확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굵직한 사건을 주 소재로 삼지 인물들의 관계가 틀어지며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을 다루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파이트 클럽>에선 말라나레이터의 관계가 타일러때문에 틀어집니다. 하지만 나레이터말라와의 관계에 균열이 가는 것을 신경 쓰기보단 타일러가 저지르는 일들을 수습하기 바쁩니다. 물론 관계에 치중하다 보면 결국 영화는 흔한 로맨스 서사를 가지겠지만요. 그나마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데이지벤자민의 관계, 감정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그것치곤 제법 성장 영화였음). 그래서 저는 이 영화는 핀처 영화 같진 않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파이트 클럽>, <세븐>, <조디악>. 이 세 영화의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인 듯합니다.

 

굳이 시대 구분으로 분류를 따지자면 영화에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파이트 클럽>의 편집이나 <세븐>의 오프닝 시퀀스의 형식)에서 저는 포스트모더니즘에 가깝지 않나 생각해요. 낭만주의는 18세기와 19세기에 가장 성행한 흐름이기도 하니까요. 핀처의 작업 환경을 보면 틀에 박힌 걸 즐기는 마조히스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인터뷰에서 한 말 보면 진짜 가관이에요. ‘데이비드 핀처 감독(<맹크>)은 말합니다. 어떤 하나의 씬을 찍을 때 그걸 찍는 수백 가지의 방법들이 있지만 결국에 가서는 딱 두 가지 방법 밖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맞는 방법과 틀린 방법.’ 200번의 테이크 끝에 겨우 한 씬을 건져냈든, 강박증 때문에 배우들이 고생하든 간에 이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는 꽤 신박하잖아요. 크리스토퍼 놀란이랑은 다르게 CG 사용에도 개방적이라서 영화가 굉장히 신세대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23세기 쯤 되어서 CG의 역사를 주제로 강의를 한다면 MCU의 어벤져스 시리즈보단 <파이트 클럽>을 틀어주고 싶어요. 이상하게 처음 볼 땐 지루하고 잠 쏟아지는 영화 같다고 생각하는데 여러 번 볼수록 빠져들더라고요.

 

시기적으로 낭만주의는 18세기나 19세기를 주로 돼서 21세기의 영화에도 적용이 될 수 있을진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쪽으로 공부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기초 교양도 부족한 상황이라 영화의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초현실주의를 구별하진 못하겠습니다. (ㅜㅜ) 이런 질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너무 신나서 글이 A4 한 쪽을 꽉 채워 읽기 힘드실 것 같습니다. 저도 이 정도로 길어질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이 질문 덕분에 영화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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