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시청은 8월 후반부에 했다. 후기를 지금 (9월 12일) 쓴다는 게 좋은 습관은 아니다. 본 지 꽤 되었으니, 영화에 대한 기억도 가물가물해서 기록으로 남기는 게 쉽지 않다. 기생충에 대한 큰 후기는 세 가지다.
우선, 예고편과 무지 달랐다는 것이다. 예고편을 보고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익히 들어 예고편과 영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인식과 경험은 다르다. 사실 영화를 VOD를 통해 보기로 한 당일, SNS를 뒤적거리다가 누군가 기생충의 중요한 부분을 편집한 영상을 보았다. 예고편과는 전혀 다른 전개에 충격 받았고,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을 알게 된 것 같아 실망스럽기도 했다. 여튼, 이게 내 첫 번째 후기이다. 영화에 대한 내용이기도 하지만 영화를 보고 든 첫 번째 감정.
두 번째 감정은 불쾌감이다. 감독이 어느 정도의 경제적 여건을 갖춘 가정에서 자랐는지는 모르겠다만, 시선을 불쾌했다. 가난한 사람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만든 영화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불쾌했다. 속이 자꾸 울렁거렸고 무엇이라도 뱉어내고 싶었다. 아주 잘 만든 영화이기에 더 컸다. 나는 영화를 잘 모른다. 하지만 내가 드는 불쾌한 감정들은 진실하다.
세 번째, 사실 쓰다가 까먹을 뻔했다. 셍각보다 이야기를 가볍게 끌어가는 게 신기했다. 나는 이 영화가 아주 묵직하게 흘러갈 줄로만 알았다. 사회계급에 대한 고발 영화란 가볍기 쉽지 않으니까. 불쾌감은 여기서 발생했을지도 모른다만 지금 생각해 보니 무거웠더라면 보기 힘든 감정이 배가 되었을 것 같다.
사람은 자꾸 가난해진다. 소비하고 소비한다.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사람이 가장 가난한 순간은 마음이 가난해질 때이고 감정이 닳을 때이고 자꾸 까무룩 죽을 때이다. 죽지 말고 버텨. 그때까지 버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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